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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잘 가요, Mr. Stewart!
Duration: 1:22Source: Naver
Saturday, May 12th, 2007 매일 아침 산책하듯 거닐던 Lambeth Bridge, 그 위에서 바라본 근엄한 국회의사당 저 위의 잔뜩 낀 먹구름을 보시라, 바로 이거야말로 내가 말하는 글루미 런던 시차때문인지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나버린 나. 아흑. 전날 밤, 잠에 들며 내일 아침은 꼭- 기필코 쾌차해 있길 그렇게도 간절히 바랐건만, 여전히 개운치 않은 나의 몸 상태. 대체 내 몸이 시위라도 하고 있는 건지, 약발도 도무지 받을 생각을 안하고. 이러다 챙겨 온 감기약 마저 모두 탕진해 버리면 큰일인데,,, 식욕은 없었지만, 약을 먹기 위해 우유에 거의 말다시피한 콘플레이크를 꾸역꾸역 넘겨넣었으나 반 그릇도 다 먹지 못하고 구역질이 나기 시작. -_-; 천하의 식욕 퀸, 돼지 공주 김양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완전 난센스다. 이건 정말로 한국에 있을 가족, 친구들이 콧방귀끼며 비웃을 일이다. 뒤집어진 속을 가라앉혀야 했다. 전날 쓰지 못한 일기를 끄적이며 쇼파에 앉아 안정을 취하고, 약을 먹고는 또 다시 침대 속으로 파고 들었다. 여전히 으슬으슬 떠는 몸을 싸늘한 침대 속에 맡기자니, 내 신세가 처량히 느껴지기도 하였으나,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몸의 안정 아니던가. 어디든 이 몸 하나 눕힐 곳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한다. 그럼, 그렇고 말고. 두시간여 잤을까, 10시에 재기상. "11시 내쇼날 갤러리 앞, 스튜어트씨" 침대에서 눈을 뜬 상태로 눈을 껌뻑껌뻑대며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갈까, 말까, 갈까, 말까,,,, 한 10분여가 지났을까, 에라 모르겠다, 결정을 못내리겠다. 걸어가면서 생각해보자. 슬슬 느릿느릿 굼벵이 기어가듯 내쇼날 갤러리로 go. 걸으며 곰곰히 생각, 또 생각. `그래, 도착해서 있으면 만나는 거고, 없으면 내 갈 길이나 가자. 어차피 스튜어트도 나와 있는다는 보장은 없는 거니까.` 트라팔가 광장 도착 시간, 11시 10분. 갔을까? 아님 계속 기다리고 있으려나..? 내쇼날 갤러리에 도착해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고 있으려니, 정문 앞에서 나를 반기는 스튜어트씨. 헉- 나왔구나, 정말로. 하핫-; "늦어서 미안해요, 몸이 아파서 늦어졌네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자니, "나도 이제 왔어요. 몸은 괜찮아요?"란다. 스튜어트씨, 날 더 미안하게 만드는구나. "여긴 내가 런던 올 때마다 항상 찾는 곳이죠. 명작 중심으로 둘러보면 2시간 정도면 충분해요." 친절히 문을 열어 안으로 안내하는 스튜어트씨. (어라..? 난 하루종일 내쇼날 갤러리에 있을 예정이었는데. 2시간만에 여길 쫑-해버린다구요? 워워워-) 하지만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따라간 김양. "안타깝게도 한글 가이드가 없네요. 영어 가이드라도 괜찮겠어요?" (나도 영어 읽을 줄 알아요. 뭐- 파워 코리안들, 영어 독해엔 세계 최강이란 걸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그 후 정확히 2시간동안 "스튜어트의 내쇼날 갤러리 가이드 투어"가 이어졌다. 와우, 무슨 패키지 상품 같은 걸. 무교인 나, 기독교엔 정말이지 문외한인걸. 서양의 중세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종교적 배경 지식에 당연히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몰랐던 종교 이야기, 종교화 속에 숨겨져 있는 의미 등, 미처 내가 알고 가지 못한 것들이 그의 입을 통해 새록새록 쏟아져 나왔다. 미술사 강의라도 듣듯, 새로운 지식을 얻는 느낌은 언제나 뿌듯뿌듯. 하지만 신화에는 강한 나 아니던가. 오호라, 다행히 스튜어트씨는 신화적 지식이 나보다 딸리는 것 같다.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있고 말이지, 덕분에 맘 놓고 그에게 베풀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일방통행으로 제자가 선생님께 배우는 듯한 관계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피드백을 해주며 그림을 감상하는 이 유익한 시간. 오~ 2시간만에 내쇼날 갤러리를 나온 우리. 내쇼날 갤러리에서 스튜어트씨와 기념사진 한장 찰칵 언제 손을 내 팔 위에 얹어놓은 것이냐, 능글 스튜어트 & 거듭 강조했던 언발란스 스카프 그때까진 좋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닥친 난제가 하나 있었으니, "우리 이제 뭐할까요?" -_-;; 글쎄,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런. 대략 난감이다. 우물쭈물 확실히 대답을 못하고 몸을 베베-꼬고 있으려니 자꾸 재촉하는 그. 사실, 내쇼날 갤러리를 혼자서 여유있게 둘러보고 싶었더랬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그렇게 말을 해버리면, 두시간동안 열심히 안내해 준 그를 모욕하는 것이 되버리진 않을까 염려가 되어 또 소심한 김양, 말을 못하고 있어버렸던 것. "그럼 우리 점심이나 먹으러 갈래요?" "난 아침을 너무 배부르게 먹고 와서 아직 생각이 없는데,,," (아씨- 그럼 뭐하자고~ -_-;;) 그렇다, 난 리드하는 거 싫다. 그렇게 한참을 시간을 끌고 있자니, 결론이 안날듯 싶어 결단을 내리기로. "그럼 어차피 갈 곳도 없는데, 여기서 서로 헤어지죠."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엿보이는 스튜어트씨. 바로 말을 잇지 못하고 나를 쳐다보면 뭐가 나오나. "전 여기 와서 아직 집에다 전화도 못했고, 그래서 전화나 하러 가야겠어요." "그럼 전화하고 다시 여기서 만나요. 그 전까지 내가 뭐할지 생각해 놓을게요." 헉- 예상치 못한 반격이다. -_-; "그럼, 그리하시지요." 우선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내겐 관건이었으므로, 대충 대답해 버리고,, 어차피 헤어지고 안 돌아가면 그만 아닌가. 히힛. 차이나 타운에서 힘겹게 찾은 가판대. 한국인들을 위한 특별한 카드가 있다며 적극 추천해 주는 주인 오빠. "요거요거 Speak`n` Save라고 South Korea special card에요. 두시간은 거뜬해요~ 요거 사가요, 내가 여기서 한국인들한테 죄다 이거 팔았거든~" 레스터 스퀘어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로 이동. 카드 핀 번호를 입력하고, 집에다 전화를 걸려고 보니, "9분 남았습니다." 정확하고 똑똑하게 들려오는 안내원 목소리. shit! 그 주인오빠, 사기쳤다. 두시간은 거뜬하대매? 그 땐 몰랐다. 어느 카드를 사도 카드에 표기되어 있는 시간보다 턱없이 적은 시간동안 통화가 가능하다는 걸. "엄마, 나~"로 시작된 통화가 끝도 못 맺고 끊어져버렸다. 9분은 파워 코리아와 글루미 잉글랜드를 잇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내쇼날 갤러리로 이동. 내 뜻대로 다른 곳을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양심이 허락치 않았다. 어제 오늘, 받은 정성이 있는데, 네가지 없게 인사도 없이 헤어져버리면, 오래 두고두고 후회를 하게 될 것 같아 내키지 않는 맘을 억지로 이끌었던 것. 나란 사람, 누군가가 끈질기게 따라 붙으면 으례 그 사람이 죽도록 싫어지는 법이라, 더이상 스튜어트와 함께 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사실 내 양심보다도, 나를 그 곳으로 이끌었던 건,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그가 알고 있다는 사실. -_-; 국가 이미지에 먹칠 할 수 없지 않은가. 나를 발견한 그, 내 두 손을 덥썩 잡더니만 "세가지 옵션이 있어요. 자, 들어봐요. 첫째, 내쇼날 갤러리 좀 더 둘러보기(헉- 이 남자, 내 맘 읽어버렸나? 독심술까지,,,?) 둘째, 차이나 타운에서 점심(배부르다면서요-;;) 셋째, 테이트 갤러리 가기(-_-;; 이 사람, 요거 생각해내는 데 욕 좀 먹었겠구나,,,) 뭘로 할래요? (난 이미 맘을 정했다구효.) 참, 어제 방수점퍼 없어 추워하는 것 같길래 내꺼 하나 더 챙겨왔는데, 입어볼래요?" 주섬주섬 가방 안에서 방수점퍼를 꺼내드는 스튜어트를 애써 외면하고, "저기, 미안한데 오후는 저 혼자 보내고 싶어요. 너무 고마웠어요." 그런데 이 남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까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할때 갔어야 하는 건데,,," 그의 혼잣말이 귓가에 날아와 콕 박힌다. (아니, 이 남자, 왜 이렇게 집착을 하는거지..?) 슬슬 깊어가는 의심과 밀려오는 짜증. 나의 단호한 의지가 전해졌을까, 이 남자, 포기한듯 "그럼 혼자 뭐할건데요?" "그냥 여기 광장 주변 거리 좀 둘러 보려고요."(우선 니랑 헤어지고 나서 생각해 보려고요-;;) "내가 바래다 줄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도 여기 길은 이제 많이 익숙해졌어요."(제발 좀 가라, 가-) 고집쟁이, 스튜어트씨. 이래서는 나랑 같이 또 돌아다니게 생겼다. "아니다, 저 그냥 테이트 브리튼이나 가볼까봐요. 가보고 싶었는데."(이러면 좀 가겠지,,) "그럼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줄게요. 내가 그 쪽 가는 버스 노선 알고 있거든요." -_-;;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래, 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해. 그리하야, 난 계획에도 없던 테이트 브리튼 가는 버스를 타게 됐다는 거- 마침 잔 돈도 없어 무작정 one day bus pass 마저 사버렸다는 거- 갑작스레 오른쪽 볼에 good bye kiss 마저 받아 버렸다는 거- "내일은 뭐해요? 내일 런던 구경시켜 줄게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의 물밑 작업에 그래그래, 맘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아쉽지만 내일 친구를 만나기로 해서요-;; 즐거웠어요. 남은 런던 여행 잘 하세요." 그리고는 잽싸게 오는 버스 잡아 개구리 점프하듯 통~ 튀어올라 버렸다는 거- 하아- 참 힘들군아. 내 혼이 다 빠져 나가버리겠다. 어차피 테이트 브리튼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으니 그곳이나 가자 싶었는데, 한 정거장을 남겨두고, 그 놈의 스튜어트 때문에 잔뜩 우울해진 나는 그냥 버스에 몸을 맡기기로. 나의 육감은 이미 그를 의심하고 있었다. 이틀동안 사기 당한 것 같은 기분. 선생님은 맞긴 맞는거야? 젠장, 선생님이 왜 그래. 평생 여자 한 번 못 만나 만만해 보이는 아시아 여자 하나 골라잡아 놀아보려고 한거니? 그런거니, 스튜어트? -_-; 어쩐지 중국, 일본, 한국여자들에 대해 많은 얘길한다 했어,,, 이게 나를 완전 우습게 보고! 콱- 스튜로 만들어버릴까 보다! 끊임없이 물고 늘어지는 의심과 의문들, 그냥 정신 건강을 위해 훌훌 털어버리기로. 그래도, 예정에도 없이 이렇게 하루의 기분을 망쳐버리게 된 데에 대한 분함은 전혀 가시지 않았다. 차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줄기에 내 기분은 한없이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그저 버스에 몸을 맡긴 채로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돌고 돌기. 아까운 오후, 아까운 하루. 아- 분하다 분해. 차창 밖으로 슈퍼가 보이자 허기를 느낀 난 곧장 내려 나의 사랑스런 간식, 과자를 사들고 다시 버스 투어 시작. 밖과는 다르게 훈훈한 버스 안에 있자니 잔뜩 얼어 붙어있던 몸이 사르르 녹는다.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며 런던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고. 어느새 맘까지 풀리고 있었다. 하이드 파크도 지나고, 오홋, 아니 저건, 그 유명한 해롯 백화점?! 흥분에 사로잡혀 바로 튀어내린 김양. 오홋, 오홋, 저기라면 방수 점퍼를 구할 수 있을지 몰라~ 탄광 속에 다이아몬드라도 찾은 듯, 이젠 나도 추위로부터 살겠구나 라는 안도의 한숨이 휴- 추위로부터 날 살린 해롯 백화점 LG floor가 따로 있던데 LG제품이 유명한가...? 그렇게도 찾아다니다 실패한 Northface 발견. 하아- 예상했지만 너무 비싸다. -_-; 런던에서만 입을건데, 내 돈 투자하기 싫다. (오페라의 유령, 50파운드 내고 돈 지랄한거 나도 안다,,,이건 사정이 다르다고.) 그러다 발견한 Berghaus. "방파 점퍼, 세일 중, 단 돈 24.95 파운드" 그래, 이거얏! 무난하게 나에게 잘 맞겠다 싶은 검정색 점퍼를 골라 들고는, "언니, 요거 주세요." 당황스런 바람을 타고 날아온 부메랑 같은 대답. "이거, 10살-12살 남자아이용인데요,," "헉- -_-; 그럼 여자꺼 보여주세요." "여자건, 방수점퍼 뿐인데 보여드릴까요?" 이어지는 헉헉헉- -_-; 방수점퍼, 세일 중이 아니다. 완전 비싸다- 그럴라면 노스페이스가지요. 어쩔 수 없다, "언니, 그냥 아까 그거 주세요." "한 번 입어라도 보세요, 그럼" 헉헉헉헉헉-;;; 팔이 짧다-;;;;; "괜찮으시겠어요?" 내 눈치를 살피며 묻는 점원 언니. "그냥 주세요, 어차피 일주일만 입을 건데요, 뭐." 내가 알 턱이 있었는가, 45일 후 마지막 파리 여정까지 그 옷 신세를 지게 되리라는 걸. 런던만 벗어나면 살을 에이는 추위와 글루미 레인과는 영영 안녕인 줄 알았지. 사자마자 당장 걸쳐입고, 완전 행복해진 김양. 천국이 따로 없다. 집에만 가면 넘쳐나는 레깅스지만, 최대 강력 보온 쫄바지를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했으므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레깅스도 하나 사고. 역시나 무언가가 정작 필요할 때야말로 없을 때, 그 것의 소중함을 안다고 했던가. 집에 있는 레깅스들이 눈 앞에 아른아른 거린다. @.@; 어느새 어두워진 런던. 이제 살 것도 샀고 집에나 가자~(언제 호스텔이 나의 집이 되어버렸는지,,ㅋ) 이렇게만 하루가 마무리 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나에게 예상치 못하게 닥쳐온 악재가 있었으니,, 방파점퍼, 훈훈한 버스 안, 내 몸은 후끈 닳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심한 구역질 증세가 밀려왔다. 버스 안에서 정말 쓰러져 버리는 줄 알았다. 차마 그럴 수는 없었으므로 정말이지 죽을 힘을 다해 참고 참아 무사히 버스에서 내렸는데, 밀려오는 쏠림 증세. 갑자기 닳아오르는 몸. 점퍼고 가디건이고 죄다 벗고 스카프까지 풀어 헤쳤는데 정말 죽을 것 같다. 아씨, 매력적인 도시 런던이고 뭐고, 여행, 그만두고 싶다. 왜 이러냐, 내 몸. 그지같은 내 몸. 미친 내 몸. 한참을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괜찮아지기를 기다려 보았으나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숙소까지 강행군. 어째 여기와서는 매일 밤 침대에 쓰러져 자는 게 일과가 되버렸는지. 8시에 도착해 또 다시 침대에 쥐 죽은 듯 쓰러져 자기 시작. 말짱히 자다말고 새벽 1시, 밀려오는 구역질에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를 부여잡고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내 신세에 눈물 한 바탕 쏟아내고. 내리 12시간을 자버렸다는,, 후아- 과연 내일은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런던의 밤.. ----------------------------------------------------------------------------- 부록: 내쇼날 갤러리를 나와 트라팔가 광장에서 만난 공연!
Rating: (0 ratings) Views: 19 Added: Dec 13, 2007
Category: Entertainment Author: 민영(dodzj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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